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최근의 김은지로 이야기하자면, 저는 이제 서른 살에 접어들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보려고 해요. ‘희희’의 김 대표님께서 “너는 좋아하는 것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야.”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Q. 하나님을 믿게 된 과정을 나눠 주시겠어요?
A. 저는 모태신앙이긴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힘들 때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만으로 하나님을 찾았던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대학교에 입학해서 좋은 공동체와 사람들을 만났고, 선교단체에서 리더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영혼들을 만나면서 부족했던 제가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잘 살아내지 못하면서 말씀을 가르치거나 어떠한 삶의 방식을 권하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하는 말과 행동에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살기 위해 감정, 지성, 행동 등 균형 있는 크리스천의 삶을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죠.
Q. 김은지 님에게 하나님이란 어떤 분이신가요?
A. 제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죠. 묘비에 적고 싶은 말이기도 한데, 저는 ‘하나님을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싶어요. 중의적일 수도 있지만 제가 보고 느끼고 가질 수 있는 모든 존재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이가 하나님이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묘비에 새기고 싶어요.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다른 사람보다도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 중에 내가 제일이라는 게 아니라, 김은지가 보고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 중 가장 최고가 하나님이라는 의미죠.
Q. 가장 좋아하는 찬양 제목과 이유를 알려주세요.
A. 일상에서 사운드가 비는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 있잖아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찬양을 계속 듣는데, 최근 들은 것 중에 ‘주는 이 도시의 주’라는 찬양을 좋아해요. ‘이 도시의 주, 주는 이 도시의 왕’ 이런 가사인데, 코로나로 인해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멀어지고 황폐헤진 도시의 빈 공간을 새로운 가치로 채우기 위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 때문에 기도하던 중에 지인 한 분이 이 찬양을 추천해 주셔서 들었는데,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제목을 몰랐거든요. 뭔가 가슴에 와 닿는 가사인 것 같아서 계속 듣고 있어요.
Q. ‘곡간지기 기쁨 곡간’이라고 적혀 있는데, 어떤 뜻인가요?
A. 보통 사람들은 곡간을 발음할 때 ‘ㅅ’ 받침으로 많이 알고 계세요. 그런데 받침이 ‘ㅅ’인지 ’ㄱ’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거든요. ‘ㅅ’ 받침을 쓰면 여러 물건을 보관하는 곳이지만 ‘ㄱ’ 받침으로 쓰면 곡식을 보관하는 공간을 의미하는 ‘곡간’이 되는 거죠. 세상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쌓아놓기보다는 우리의 생명을 있게 하는 곡식을 보관하고 흘려보내는 공간, 그중에서도 기쁨을 보관하고 흘려보내는 기쁨 곡간이라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무언가를 지키는 존재를 ‘지기’라고 하는데, 그 의미를 담아 ‘곡간지기’라고 하게 되었어요. 일종의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간과 그 공간을 지키는 존재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있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쁨 곡간은 제가 혼자 시작해서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커뮤니티가 거쳐간 실제적 공간이고, 지금은 제가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의미하는 단어예요.
‘희희’는 사람 3명이 모인 크루 집단을 뜻하는데, 회사로 설립되기는 했지만 공간을 가리지는 않아요. 나와 우리의 더 기쁜 오늘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죠. ‘나와 우리’라는 개념은 하나님과, 이웃과 함께 기쁘고, 그런 기쁨을 만드는 3명의 희희도 기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요.
‘인생젠가’처럼 대화를 돕는 굿즈를 만들기도 했고, 판매를 하지는 않았지만 샬롬 맨투맨처럼 메시지를 담은 옷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크리스마스 위크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나 행사를 기획하기도 하죠. 활동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공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희희’인 거죠.
Q. 왜 기쁨에 집중한 이벤트를 기획하나요? 작가님께 기쁨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 스스로를 기쁨 주의자라고 부르는데, ‘-주의자’라는 것은 뭔가를 추구하는 사람을 의미하잖아요. 기쁨은 누군가에게 빼앗기지 않고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즐거움이라는 것과는 다른 개념인 것 같은데, 세상에 재미있는 것들은 수없이 많잖아요? 그리고 이 나이에는 이런 것을 갖고 있어야 하고,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처럼 남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그러다 보면 나라는 존재의 본질로서 기쁠 때 어떤 모습을 하는지 잊게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들이 창조된 모습 그대로, 자신의 창조성을 창조한 세계에서 발휘할 때, 즉 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창조된 필요세계를 위해 발휘할 때 가장 기쁜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기뻐하는 삶을 도울 수 있는 것들을 추구하고 기획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기쁨이라는 단어를 계속 실제로도 사용하는 것 같네요.
Q. 쁨터뷰를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사실은 가볍게 시작했어요. 시작과 실행이 즉흥적이고 빨라 보일 수 있는데, 제 생각에는 지난 경험이 제때 발현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좋아하고, 질문과 대화, 기록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일들이 모여 발현되는 것이자 연장선이 되는 것이 쁨터뷰인 것 같아요. 기왕 일을 벌릴 것이라면 좋아하는 것, 잘하니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죠.
기쁨이라는 주제는 사람들이 늘 궁금해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있어요. 쁨터뷰를 하다 보면 요즘 기쁘지 않아서 대답을 할 수 없다거나 인터뷰를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쁨터뷰는 기쁜 사람을 인터뷰하는 게 아니거든요. 기쁨의 비결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쁨이라는 주제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죠.
Q. 프로필에 온오프 커뮤니티 공간 기획자라고 써 주셨는데,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계신가요?
A.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공간, 이벤트라는 세 단어의 정의가 다른데, 기획이라는 큰 틀에서 생각을 하보면 목적을 잃지 않는 것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기획을 실행하다 보면 도구가 본질적 가치를 해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좋더라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쉽지는 않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기쁘게 해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려 하죠.
Q. 회사 생활과 곡간지기, 희희 내의 ‘김d’ 등 다양한 역할을 병행하는 데에 필요한 습관이나 삶의 방식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추천하는 습관이나 지향하는 바와 같은 것들요.
A. 제가 다양한 기획을 하다 보니 ‘크리에이티브하다’는 칭찬을 많이 해 주시는데, 보통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하면 즉흥적이고 영감을 얻기 위해 떠도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좋은 루틴을 가지는 것이 다양한 캐릭터로 사는 데에 꼭 필요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감정과 체력의 균형을 다스리려고 하고, 하고자 한 것은 제때 처리하려고 하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는데, 저는 본캐와 부캐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저의 모든 역할을 본캐라고 표현해요. 캐릭터 하나가 다른 캐릭터를 잡아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음의 에너지, 시간, 재정은 유한하기 때문에 하나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회사에서도 정시에 퇴근하려고 노력해요. 투입하는 시간과 기울이는 노력도 잘 조율하고요.
구체적인 팁이라고 한다면, 다이어리를 쓰면서 저에게 맞는 쉬는 날들을 미리 확보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욕심이 많고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달리다 보면 무작정 할 때가 있거든요. 저도 20대 초반에는 그런 성향이 있었는데, 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마음의 에너지가 유한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일부러 한 주에 1~3일 정도는 혼자 묵상하고 운동하며 저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미리 빼 놓고 있어요. 약속을 잡는 것처럼 하지 않으면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일이 많기 때문에 다이어리에 색을 칠해 두면서 아예 쉬는 날을 정해 놓는 거죠.
그냥 생긴 쉬는 날은 넷플릭스만 보면서 끝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나와 약속을 하고 쉬게 된다면 시간에 휘둘리면서 어쩔 수 없이 뭔가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그 시간을 건강하게 잘 사용할 수 있게 되죠.
Q.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운 좋은 습관이나 삶의 태도가 있으신가요?
A. 같이 러닝을 하는 친구이자 코치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있는데, 아마 인터뷰를 보는 대부분의 지인 분들이 아실 거예요. 저는 제가 이미 지니고 있는 루틴들리 많은 편이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루틴이 크게 바뀌는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작년 5월부터 그 분과 함께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전에 없던 ‘달리기’라는 키워드가 추가되었죠. 오랜만에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생겨서 일상이 바뀌고, ‘달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도 새로 갖게 되었어요.
Q. ‘오늘도 찬란한 그대에게’가 어떻게 시작해서 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A. 어릴 때부터 시 쓰는 것을 좋아하고 꾸준히 해 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일기를 쓰는 것처럼 시를 쓰다가 20대에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내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지금 보면 필력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 시절만의 감성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것이 더 소중할 것 같아서 인디자인으로 책을 디자인해 출간했어요. 책의 앞부분을 보면 ‘쑥스러운, 사랑스러운 이 글을 그대에게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는데, 쑥스럽기는 하지만 사랑스럽게 봐 달라고 이야기한 거예요.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책을 내자는 스스로와의 약속, 하고 싶었던 것을 한 거죠. 브런치에서 글을 쓴 다음에 누군가 책을 신청하면 그때그때 인쇄해서 보내는 POD 출판 방식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온라인에 등록만 되어 있죠.
Q. 지금까지 포스팅한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최근에는 인스타그램보다는 브런치에 썼던 글 하나가 더 여운이 남아요. 기쁨 곡간에서 작세모라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작은 세상 모임이라는 뜻이에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이 땅을 하나님 나라로 이루려면 그분의 통치, 그분의 가치를 체험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헤쳐내야 하는 다양한 영역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돌아보고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해 보자는 모임이에요.
시즌1의 주제는 노인, 그중에서도 치매노인이었어요. 참여한 멤버의 가족 중에 치매에 걸리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분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어요. 친구의 어머니를 만난다는 것이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기도 했고, 평소 모임을 갖는 청년이 아니라 어른, 어머니와 만나 대화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던 것 같아요. 이 주제는 제가 정했는데, 청년들이 가장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정하게 되었죠.
Q. 희희와 기쁨 곡간의 첫 모습은 어땠나요?
A. 기쁨 곡간을 먼저 설명하자면, 작은 봉제공장 사이에 위치해 있었어요. 동대문 뒤 낙산으로 올라가는 창신동의 봉제공장 단지 내 작은 1층짜리 건물이었어요. 근처에 있는 교회를 다니다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화단에 꽂혀 시작하게 되었죠. 잡초 같은 풀이 잔뜩 있었는데 알고 보니 고구마더라고요. 계절마다 다른 꽃과 작물을 심었는데, 심는 것이 무엇이든 자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흙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기쁨 곡간을 찾는 분들에게는 참새라는 애칭을 붙였는데, 그런 참새들에게 흙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화단에 꽂힌 것도 필연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희희는 진짜 획기적인 조합이었어요. 영자님은 제가 5살 때부터 함께 광주 산수동을 누비던 25년 지기 동네 친구였고 김 대표님은 영자님과 회사 동료였거든요. 운영자님이 김 대표님을 저에게 소개해 줬고, 서울에서 함께 일을 시작할 때 서로 눈이 맞아서 하나님의 크리에이티브한 인도 하에 희희가 만들어졌어요. 희희는 기쁠 희 자도 있고 ‘희희’라는 웃음소리의 의미도 담고 있지만 저희 세 명 효진, 은지, 은지의 이니셜인 hee이기도 해요. 하나님을 뜻하는 ‘희’까지 모든 의미를 집어넣었어요. 김 대표님도 크리에이티브한 분이라서 셋이서 대화할 때 서로 주고받는 케미가 좋은 편이에요.
Q. 진행하는 이벤트의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나요?
A. 멤버들이 서로 영감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은 세 사람이 티키타카를 하다 보면 일이 산으로 가기도 하고 바다로 가기도 하죠. 일을 벌려놓고 마무리를 못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렇게 내용이 산으로 바다로 가는 느낌 자체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저와 운영자님이 “이거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라며 하고싶다는 뉘앙스를 풍기면 김 대표님은 저희 의견을 지지해 주시면서도 부족한 면을 채워주기도 하시는 게 너무 좋아요. 김 대표님께서 얼마 전에 ‘우리는 서로의 대체자가 아니라 보완재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희희를 잘 설명하는 것 같아요. 셋이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를 대체할 수가 없는 거죠.
Q. 마부승제, 견물생희, 작심삼희 등 줄임말로 언어유희를 많이 쓰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마케팅을 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네이밍 같은 것을 좋아해요. 습관적으로 하기도 하고요. 희희 세 명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름을 짓거나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한 사람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던지면 누군가는 이름을 짓고 다른 한 사람은 카피 문구를 쓰는 거죠. 이런 경우가 많은데, 이름이라는 것 자체가 무언가의 근원이자 정체성, 목적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명명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유희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제가 장난기가 많은 편이라서 말장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죠.
Q. 시작과 본질의 의미를 많이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질문지에는 없었지만, 김은지 님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의 본질이라,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의 본질이라고 하면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세계관이나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제가 붙잡아야 하는 하나의 본질을 꼽으라면 하나님의 백성이 맞는 것 같아요.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것은 하나님 나라에 살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사람인데, 하나님 나라는 죽어서 가는 천국이 아니라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통치가 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Q. 기쁨 곡간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A. 곡간과 곳간의 차이는 보관하고 흘려보내는 원리라고 많이 설명해요. 사람들에게 자기 인생에 쌓여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데, 축적하기 위함이기보다는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죠. 기쁨 곡간은 그 가치를 담고 있어요. 나만이 아니라 우리에게서 흘러가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곡간과 곳간의 차이, 그리고 흘려보내는 원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Q. 은지님께서 하시는 일들인 희희와 기쁨 곡간에서 사람들이 얻어가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은지: 이거 글로 꼭 써주세요. 저는 은지랍니다. (웃음)
해나: 저 여태까지.. 지은님이라고 했어요..?
은지: 아까는 김은지라고 하셨는데 질문을 적어 놓으신 거를 읽으셔서 지은 님이라고
해나: 이런이런 🤣
은지: 이런이런까지 적어주세요.
해나: 네, 꼭 적을께요 (웃음)
A. 창조성을 발휘할 때의 기쁨은 다른 데서 느끼는 즐거움과 다른 것 같은데,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했던 프로그램을 크든 작든 지속할 수 있는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각자만의 언어와 속도, 방식으로 창조성을 발휘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사랑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서로 만났다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스치듯 만났을 때의 가치를 각자의 방식으로 품고 잘 살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끼리 행복했다는 기억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지금 기쁘게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연락해서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묻기도 하면서 창조성을 통한 기쁨을 계속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Q. 코로나 시대에 맞게 온라인으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셨는데, 온라인으로 바꾸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A. 원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했는데,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거의 오프라인 행사는 진행하지 못했어요. 특히 사적모임 제한이 시작된 이후로는 매 시즌별로 북클럽의 이름을 바뀌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작년 여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는 ‘늦여름 레몬에이드 북클럽’이라고 지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온라인이었는데,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오프라인보다 에너지 소모가 훨씬 큰 것 같아요. 실제로 만나면 사람들의 감정 같은 것들을 빨리 파악하고 공유할 수 있는데, 온라인은 그런 공기를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변수를 대비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친밀함을 쌓으려면 오프라인보다 많이 연락을 취하고 잡담을 많이 해야 하죠. 북클럽이라고 해서 책과 관련된 공지만 한다면 커뮤니티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고, 끝났을 때 만족도도 높지 않을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진행하지만 공동체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퀘스트만 수행하는 공간이 되지 않으려면 단톡방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종종 연락을 해야 하는 거죠. 제가 호스트일 때는 단톡방에서도 잡담을 하지만 개별적으로 연락해 안부를 묻기도 하고 책 외의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어요.
Q. 요즘 많은 교회 관련 단체가 비대면 문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팁이 있으신가요?
A. 리더를 세우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교회 공동체에서 셀 사역이 왜 잘 안되는지, 리더가 왜 안 되는지와 같은 것을 이야기하려면 리더를 세우기 위한 누군가가 필요하거든요. 한 명의 목회자가 수십, 수백 명의 청년부를 아우르고 있는데 그 한 명이 리더 몇십 명을 세울 수는 없잖아요. 교회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목자가 리더를 세우거나 혹은 간사나 탑 리더, 연령대가 높은 선배와 같이 리더를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재생산이 되어야 하죠. 하지만 보통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임원이 리더 역할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온라인 커뮤니티도 비슷한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도 않았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데 덩그러니 그 커뮤니티를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 되는 거죠. 그러면 이 사람이 이끄는 온라인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겠죠. 이끄는 사람도, 들어오는 사람도 어려운 상황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교회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할 때 셀 사역이든 이벤트든 제일 중요한 것이 주도하는 호스트 한두 명이 연습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다른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줌 같은 것은 어린 친구들이 훨씬 잘 할 수 있기에 그런 것을 고민하기보다는 커뮤니티를 어떻게 이끌고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 존재 없이 왜 온라인 커뮤니티를 잘 운영하지 못하냐고 한다면 어려워질 거예요.
특히 20대 청년들이 처음 리더를 할 때는 복음의 내용이나 삶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거든요. “20대니까 줌 잘 활용할 수 있지? 이렇게 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담아야 할 가치와 관련된 내용을 어려워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채워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도구적인 어려움은 젊은 친구들이 도와주고, 경험이든 적극성이든 먼저 해본 사람이나 잘 하는 사람들이 먼저 도와주는 사전작업이 필요한 거죠.
Q. 작가님께서 품고 있는 삶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A. 진심인 소원을 말하자면 하나님의 시선과 그분의 뜻하심이 제 시선과 뜻, 나아가 삶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자유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 땅에 참된 자유를 선포하러 오신 주님을 떠올리며 우리에게 진짜 생명을 주는 자유를 추구하고 자유를 선포하고 싶어요. 그저 자유롭게 사는 것 자체가 주님 손바닥 위에 있게 되는, 그런 재롱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이것이 제가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성, 그리고 세계관이죠.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저는 6개월 단위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영역별로 갱신하면서 다이어리를 적는 편이에요. 2021년 상반기에는 ‘화평을 추구하고 그것을 힘써 이루는 사람’이라고 썼어요. 말씀에 나오는 내용인데, 이 존재 가치를 세운 다음에는 실현하기 위한 영역을 4가지로 나눕니다. 관계, 영과 정서, 사회, 건강등으로 나누고 실천할 것들을 적는 거죠.
제가 적은 것들 중 동네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를 만나면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는 것이 하나의 계획이에요. 저희 동네든 다른 동네든 할머니를 만나면 그냥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크게 불쾌감을 안길 것 같지는 않은데, 내가 놓치면 이 사람이 존재하는지 아무도 모를 수 있는, 그런 관계라고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편의점 직원과는 대화할 일이 있고, 직장 상사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행인으로서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동네에서 만나 인사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관계 영역에서도 가족, 직장, 자연 이웃 등 4가지 세부 파트를 구분해요. 특히 이웃 파트에서 제가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던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했을 때 떠오른 분이 폐지 줍는 할머니여서 그렇게 적어 두었죠.
Q. 인더비 인터뷰를 추천하고 싶은 크리스천 아티스트가 있으신가요?
A. 좋은 분들이 많아서 고민했는데, 캘리송라이터 안순현 님을 추천해요. 제가 아는 분들 중 가장 이름을 잘 짓는 분이세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재밌는 콘텐츠가 정말 많은데, 캐릭터도 다양한 분이에요. 싱어송라이터이자 전도사이자 캘리그라퍼이자 디자이너이신데, 너무 재밌으세요.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면서 직접적인 예수를 통해 하나님을 드러내는 분인 것 같아요.
Q. 인더비 인터뷰를 읽은 독자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A. 독자분들에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다 싶은 내용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공감이 가는 내용이나 도전을 받는 듯한 내용도 있을텐데, 그것이 무엇이든 본인의 삶에 적용하고 주변 사람 한 명에게만 나누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재미있지 않을까요? 제 인터뷰를 봤는데 다소 동의나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자체로 좋은 대화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공감했다면 그 내용을 누군가에게 나누는 도전을 하고 싶고 실행하게 될 수 있잖아요. 이 인터뷰를 통해서 한 명씩 꼬리물기를 하듯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더비 더보기
공간희희 김은지 님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oso_rejoice/
김은지 님의 브런치 https://brunch.co.kr/@bam81054#articles
김은지님의 오늘도 찬란한 그대에게 http://www.yes24.com/Product/Goods/64386143
공간희희의 홈페이지 https://heehee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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